입대 전 마지막 여행
군입대 전 마지막 여름방학, 그냥 집에만 있기 보다는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었다. 2020년도에 입학한 코로나 학번으로서 국내에서의 무언가는 이미 충분하다고 느껴졌기에 이왕이면 해외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International Opportunities 게시판을 매일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 중에서 내 흥미를 끌었던 프로그램이 바로 캠퍼스 아시아 동경공대 프로그램이었다. 짧은 방학이라 하더라도 추후 미래에 도움이 될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이 점에서 연구 활동을 하면서 해외에서 방학을 보낼 수 있는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은 내게 최적의 프로그램이었다.
일본에 도착하고 첫 출근 날, 나는 연구실이 아닌 워크숍에 먼저 참여하게 되었다. 당시의 솔직한 심정은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인이 많다.”였다. 그렇게 나는 한국인들 사이에 섞여서 여러 발표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지루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내 지도교수님이 이 워크숍의
chairman이라는
점이
신기했고, 무료라는 점에 신났던 것 같다.
워크샵이 끝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Shunichiro Ohmi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Ferroelectric field
effect transistor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해당 연구실과 주제를 선정하는 데에 그다지 큰 고민은 없었다. 직전학기 졸업연구를 하면서 Ferroelectric FET에 관해 처음 접하였는데, 이를 한학기만으로 끝내기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동경공대에서도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시는 분은 없는지 찾아보았다.
마침 Metal Ferroelectric 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연구를
하시는
분이
있어, 공부하던 내용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짧은 여름방학이라는 기간동안 너무 깊은 수준의 연구주제를 완전히 끝낸다는 것은 아주 어렵다. 또한, 내게는 동경공대의 실험장비,
실험방식등을
기초부터
배워야
한다는
점도
제약사항이었다. 이러한 제약사항들을 고려하여 너무 거창한 계획대신, MFSFET를 제작하고 전기적 특성을 측정하는데 익숙해지는 것을 여름방학 동안의 목표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이 목표는 완수한 것 같아 기쁘다.
물론 항상 모든 일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나름의 어려운 점과 그에 따른 고민도 빈번히 나를 찾아왔다.
가장
고민이었던
점은, 내게 배정된 멘토님의 졸업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아 많이 바쁘셨다는 점이다. 말을 하기에도 말을 하지 않기에도 항상 애매했다.
그러다
이
고민을
친해진
연구실
멤버에게
이야기
했는데, 그날부터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일례로 프로그램 막바지 즈음 sputter라는 장비가 자주 말썽이었는데,
하필
이
장비가
최종발표에
필요한
소자를
제작하는데
꼭
필요한
장비였다. 이때 한 멤버가 본인의 휴가를 하루 미루고 장비를 고치고 소자제작까지 도와주었다. 다시한번 그 멤버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냥 놀기만 하기에는 싫다고 한 주제에 여행을 참 많이 다닌 것 같다. 처음 동경공대 주관 가마쿠라 여행에서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이를 계기로 친해져 학생들끼리도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에노시마에서
슬램덩크
성지를
찾아가보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마을 축제를 만나 뜻밖의 즐거움을 얻기도 했다.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아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가거나 도쿄 근교산에서 비를 맞으며 등산을 하기도 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그리고 다녀와서 느낀 점은 여행지의 유적이나 풍경 그 자체는 시간이 흐르면 그다지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함께 한 사람들과의 대화, 농담, 장난 등이 더 기억에 남는다. 연구실 사람들과도 다양한 추억을 만들었다. 아키하바라에 갔다가 정작 가게들이 거의 문을 닫아 이자카야에서 술만 마시고, 그러다가 지하철 막차를 놓쳐 연구실 지인 집에서 하룻밤 자보기도 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다른 국적의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다.
그런데
프로그램
마지막주에는
이제는
이
친구들을
보기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에
조금
슬펐을
정도로
유대감이
생겼던
것
같다. 혹시 이 참여수기를 보며 프로그램 참가여부를 고민하는 학우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신청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