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아시아 동경공대 파견 후기
독일에서의 교환학생이 끝날 무렵 진로 고민 때문에 휴학을 생각하던 중, 캠퍼스 아시아 연구 중심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공고 메일을 봤다. 학비와
체재비 지원을 받으며 타대학에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지만 이미 교환학생을 다녀와서 이번 프로그램에는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담당자님께 문의를 드렸더니 연차 이내에는 지원 가능하다고 하셨다. 부랴부랴 지원서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했고, 며칠 뒤에 면접도
봤다. 이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였는데, 결국 최종 선발되었다. 이번엔 동경공대로 두 번째 교환학생을 갈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뻤다.
사실 도쿄는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도시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 따라 이민 가서 10대를 보낸 곳이라 여러 추억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다시 도쿄에 돌아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번엔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국
준비를 했다.
항공권 구매와 비자 신청을 하니 새삼 유학 가는 것이 와닿아서 들떴다. 짐을 챙기는 건 꽤나 귀찮았지만 예전에 쓰던 지갑에서 일본 교통카드와 엔화를 발견하니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본 도착 다음날 캠퍼스에 처음 방문했다. 카이스트와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이었다.
학교생활에 대한 오티를 받고, 동경공대 연구 지도교수님을
처음으로 뵀다. 실은 동경공대에서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대학원 진학에 앞서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네트워크도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배정된 연구실은 요시무라 교수님의 Computational
Electrophysiology Lab이었다. 이곳은 내가 1-3순위로 지원한 연구실은 아니었다. 우선순위로 지원한 연구실에선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현재 하고 있지 않다고 하여, 비슷한 연구를 하고 계신 요시무라 교수님을 소개받았다. 다행히 이 연구실에서 오퍼를 받고 흥미로운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내가 참여한 연구는 뇌전증 환자의 ECoG 신호에서
언어 처리 정보를 디코딩하는 연구였다. 뇌가 어떻게 언어로부터 의미를 이해하는지 알아보고, 언어적 소통을 도울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기 위한 기반 연구였다. ECoG 데이터는
이미 얻은 상태라 아쉽게도 나는 데이터 분석만 하게 되었다. ECoG 데이터 전처리를 하고 분류 분석
코드를 적용해서 언어 기능 뇌 영역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ECoG 신호 처리를 위한 프로그램 매뉴얼을
살피며 여러 기능을 적용해 보고 새로운 코드도 짜며 연구를 진행했다. 분류 분석을 진행할 때도, 여러 가지 분석기를 시도해 보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애썼다. 처음이라
미숙한 부분이 많았지만 교수님께 연구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반영하며 연구를 진행하도록 노력했다.
연구와 더불어 수업도 수강했다. 전공 3과목과 일본어 2과목. 수업
로드는 별로 없었지만 간단한 리포트와 과제는 꾸준히 있었다. 기말 때는 연구와 병행하는 것이 조금 버겁게
느껴졌지만, 잘 마무리한 것 같다.
파견 기간 동안 학업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주중에는
학업에 집중하고 주말에는 도쿄 시내 이곳저곳을 관광하거나 여행을 다녔다. 일식을 좋아해서 맛집 탐방도
즐겨했다.
11월 초에는 같은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카이스트+칭화대 학생들과 후지산 근처로 여행을 갔다. 프로그램
초반에 친목을 다질 수 있어 좋았다. 후지큐 하이랜드도 다녀왔는데 롤러코스터가 상당히 짜릿했다.
월드컵 기간인 12월 초에는 카이스트 교환학생들과
모여서 한국 경기를 같이 관람했다. 타지에서 우리나라를 같이 응원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특히 16강에 진출했을 때는 너무 기뻤다.
칭화대에서 온 코스타 리카 출신 친구와 친해져서 디즈니랜드,
지브리 파크도 같이 가고, 나고야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새해 카운트 다운도 같이 했다.
또, 파견 기간 동안 모교 근처에서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예전에 갔던 카페에 다시 가보았다.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 졸업하고 처음 보는 것이라 기분이 묘했지만
너무 즐거웠다.
귀국 전에는 카이스트 교환학생들과 삿포로, 오타루
여행을 다녀왔다. 삿포로 눈축제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아주 즐거웠다.
귀국 전 마지막 여행으론 카와고에에 다녀왔다. 기모노
입기 체험을 했는데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