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真夏の夜の夢)
CAMPUS Asia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제가 참여한 것과 같은 CAMPUS Asia 도쿄 공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친구 덕분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그때의 경험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도쿄 공대에서의 생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에 대해 친구가 말할 때마다 어떻게 친구의 그 ‘한 달’이 그토록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때부터 저도 자연스럽게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사회복무요원을 하느라 참여의 기회가 없었고,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학교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습니다. 일상생활로 완전히 돌아올 수 있었던 2022년에도 CAMPUS Asia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어 사실상 프로그램 참여를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석사 과정 중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개별 연구 사수 선배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저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꿈꾸게 해줬습니다. 나도 언젠간 참여할 수 있겠구나, 꿈을 꾸기 시작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도쿄 공대 기계공학과의 Maeda 교수님 연구실에 소속되어 꿈에서 그리던 CAMPUS Asia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도, 꿈과 현실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미 친구로부터 도쿄공대 연구실의 분위기를 대략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었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니 상상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일본 대학원생들이 연구보다 취업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직접 경험하면서, 연구에 대한 진정한 열정이 제 예상보다는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가 예상했던 일본의 대학원생들과는 다른 모습이었고, 어떻게 보면 제 자신과 닮아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일본이 자연과학의 선진국이라는 생각에 일본의 모든 대학원생들이 연구에 깊이 몰두하고 사소한 것에도 열정을 쏟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학생들이 석사 과정을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며 저의 기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이런 점에서 다소 실망스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된 것은, 꿈이라는 것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가 인생의 전부일 필요도 없고, 논문이 삶의 목표가 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개인적인 행복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사회적 헌신이 꿈일 수 있습니다. 도쿄 공대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은 각자의 꿈을 갖고 있었고, 그 꿈이 무엇이든 서로 다른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저의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KAIST를 다니며 제 꿈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늘 해야 할 일들이 우선순위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꿈에 대해 깊이 고민할 여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 외에도 저 자신에 대해, 그리고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의 두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연구보다도 저의 꿈, 저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완벽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저에게 있어 단순히 연구와 학문적인 교류를 위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은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현실에서는 쉽게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꿈을 다시금 꿀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꿈이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눈앞에 놓인 성과나 목표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이상의, 혹은 그 이하의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일본에서 보낸 두 달 반의 시간은, 그 자체로는 길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었고, 한때 막연하게 그려보았던 미래의 윤곽을 조금 더 선명하게 그릴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꿈이란 반드시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또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여러 사람들의 꿈을 통해 배웠습니다.
이제 저는 그 꿈이 어디로 향할지, 어떻게 펼쳐질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 꿈을 꾸는 시간이 주는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현실을 다시 걸어가려 합니다. 마치 한여름 밤의 짧지만 찬란했던 그 순간들처럼, 이 프로그램은 제 인생에서 한동안 계속 떠오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들이 어떻게 현실이 될지는 앞으로의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