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 입학할 당시
대학 생활을 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한 리스트에 교환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입학하고 곧바로
코로나가 퍼져 외국은 커녕 한국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졸업이 다가오고
있어 교환학생을 가고자 했던 계획을 빠르게 실행하지 않으면 도전하기 점점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탈공지를 모두 읽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campus asia 프로그램을 접한 후, 여러 수기를 읽어보며 난양공대로의 교환 프로그램에 대한 꿈이 생겼습니다.
싱가포르라는 나라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보지 않았던 나라,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나라, 치안이 괜찮은 나라 이렇게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했기에 싱가포르라는 나라에 더욱 가고 싶었습니다. 또한, bioprinting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난양공대에서는 여름 프로그램 중에 해당 과목을 수강할 수 있었기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싱가포르라는 나라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난양공대로의 campus asia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지원 과정에서는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연고가 없는 나라에 똑 떨어진 기분이라 약간의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개강
전 진행되었던 캠퍼스 투어와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며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만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난양공대에서 진행되는 여름 프로그램에는 4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아시아, 유럽,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학생들이 모여 색다른 공기를 느꼈습니다.
난양공대는 따로
수강신청을 하지 않고, 지원 당시 신청한 과목을 그대로 수강할 수 있어서 제가 궁금했던 bioprinting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Bioprinting은 3D printing에서 확장되어 biomaterial을 이용한 printing을 하는 기술로, 생체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물질로 혈관, 뼈 등 신체를 구성하는 구조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강의에서는 bioprinting에 기반이 되는 생물학 관련 지식부터 재료, 구조에 대한 기초 지식, 다양한 printing
방식까지 다루어서 생명과학과 관련이 없는 과에서 온 학생들도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같은 과목을 들었던 친구들 중에는 수리통계학과, 경영학과에서 온
친구들도 있었는데,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는 평소 접하지 못하는 분야를 듣고 싶어서 신청했다는 말을 듣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전공과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를 배워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에서는 이렇듯
다양한 학과의 학생이 모였다는 특성을 활용해 5분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Bioprinting과 자신의 전공을 연결한 주제로 5분 발표를
하는 과제였습니다. 수리통계를 전공하는 친구가 발표했던 통계에서 사용되는 이론을 바탕으로 printing 과정을 조절하는 방법, 경영을 전공하는 친구가 발표했던
bioprinting이 food printing에 활용될
수 있는 방법과 같은 평소에는 생각하거나 접하지 못했던 주제에 대한 발표를 들으며 다양한 분야 간의 융합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고, 서로 다른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 새로운 발견과 기술의 활용에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깝게 와 닿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주중과 주말에 생기는
여유시간에는 프로그램에서 만난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강의가 끝나면 함께 밥을 먹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라운지에
가서 수다를 떨기도 했습니다. 음악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친구도 있어 피아노 어플을 켜서 연주하기도
하고, 저녁에는 운동장 트랙을 달리거나 배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기에 와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점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해가 지면 캠퍼스를 아우르는
큰 트랙을 따라 조깅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농구장,
배구장, 운동장에는 조명이 꺼지는 10시까지도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운동 동아리도 축구, 농구, 원반 던지기, 풋볼, 수구, 태권도 등 정말 다양한 종목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기숙사별로
헬스장도 잘 되어있고, 동아리에 들어간다면 팀으로 하는 종목도 코치와 함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학생들이 운동을 즐겨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재미를 붙여 한국에서도 운동하는 습관을 이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시내로 나가 싱가포르의 문화와 먹거리를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7월의 싱가포르는 national day를 준비하며 매주 토요일마다 마리나베이샌즈 쪽에서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를 하는데, 리허설임에도 규모가 크게 진행되어서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은 난양공대 학생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해 무더운 여름날에 햇빛을 피하면서 싱가포르
문화를 관람하기에 좋은 스팟이었습니다.
이외에도 학교에서
준비해준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 prata라는
전통음식을 만드는 활동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인도 음식이 어떻게 싱가포르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 지식부터 prata를 만드는 방법까지 배우고 만든 prata를
먹어보기까지 할 수 있어 의미도 있고 재미있었습니다.
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는데, 싱가포르에 도착한 후에는 걱정보다 호기심과 새로움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도전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한 덕분에 다양한 문화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나라에서의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이번 여름은 앞으로도 계속 기억의 한
켠에 남아 되짚어보게 될 것 같습니다.